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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A CENTER/ANALYSIS
김용진의 데이터센터 부지 이야기 · 01

공장이 있던 이 부지, 데이터센터가 될 수 있을까

김용진 플러스 공인중개사 사무소 대표가 직접 검토한 안산 성곡동 803-2 프로젝트의 시작

Published

2026년 9월 2일

Updated

2026년 9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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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진

공장이 있던 이 부지, 데이터센터가 될 수 있을까
Editorial visual for PLUS INSIGHT coverage.

안산시 단원구 성곡동 803-2. 처음 이 주소를 봤을 때부터 ‘데이터센터’라는 거대한 단어가 붙어 있었던 것은 아니다. 현장에는 산업지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기존 건물이 있었고, 주변에는 공장과 창고, 도로가 이어져 있었다. 다만 이 프로젝트는 그 건물을 데이터센터로 전환하거나 리모델링하는 계획이 아니다. 기존 건물을 철거한 뒤 이 부지에 지하 1층·지상 6층 규모의 데이터센터를 새로 짓는 신축 계획이다. 대지면적은 1,971.80㎡, 약 596평. 숫자만 떼어 놓고 보면 특별할 것도, 특별하지 않을 것도 없는 산업용 부지였다.

나는 산업용 부동산을 볼 때 먼저 땅 자체보다 그 땅을 둘러싼 환경을 본다. 어떤 차량이 들어오는지, 주변에는 어떤 업종이 있는지, 도로가 어떻게 이어지는지, 이 지역에서 실제로 어떤 사업이 움직이고 있는지부터 확인한다. 성곡동 803-2도 그렇게 시작했다. 그런데 주변을 넓혀 보기 시작하면서 이 부지는 평범한 공장·창고 후보지와는 다른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이 땅이 좋은가가 아니라, 이 땅에서 데이터센터라는 사업이 실제로 성립할 수 있는가.

1. 처음에는 ‘건물’보다 ‘지역’이 먼저 보였다

프로젝트 자료는 안산 MTV의 산업 인프라와 물류, 교통 접근성, 개발 가능성을 먼저 정리하고 있다. 시화·반월 국가산업단지와 연결된 제조·물류 환경, 대형 공장과 창고, 광역도로와 인천항 접근성이 검토 대상이었다. 이런 조건은 데이터센터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공장이나 물류시설에도 좋은 조건이다. 그래서 오히려 중요했다. 데이터센터라는 특수한 시설을 검토하기 전에, 이 부지가 기본적인 산업시설로서 견딜 수 있는 환경인지부터 봐야 했기 때문이다.

자료에는 ‘고출력 전력 공급이 가능하여 AI 데이터센터 및 첨단 산업시설 구축에 적합하다’는 당시의 평가도 적혀 있었다. 하지만 나는 이 문장을 결론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데이터센터에서 전력은 홍보문구로 판단할 수 있는 항목이 아니다. 실제로 필요한 규모가 얼마인지, 언제 공급 가능한지, 어떤 방식으로 인입해야 하는지를 따로 확인해야 한다. 그래서 이 문장은 확신이 아니라 다음 조사의 출발점이 됐다.

2. 596평이라는 숫자가 갑자기 다르게 보였다

대상지 기본표에는 데이터센터 신축 계획을 기준으로 대지 1,971.80㎡, 지상 연면적 8,299.35㎡, 지하 연면적 1,104.89㎡, 총 연면적 9,404.24㎡가 정리돼 있다. 건폐율 71.18%, 용적률 386.03%, 계획 규모는 지상 6층·지하 1층, 건물용도는 방송통신시설(데이터센터)이다. 기존 건물을 활용하는 계획이 아니라 철거 후 신축하는 계획이라는 점에서, 이 숫자들을 보는 순간부터 ‘596평짜리 땅’이라는 표현은 충분하지 않게 된다.

기존 건물 철거 후 지하 1층 지상 6층 데이터센터 신축 계획 개념도
성곡동 803-2 계획은 기존 공장을 데이터센터로 전환하는 방식이 아니다. 기존 건물을 철거하고 지하 1층·지상 6층 규모의 방송통신시설(데이터센터)을 신축하는 계획으로 검토됐다.

데이터센터는 서버만 넣는 박스가 아니다. 서버가 있으면 전기실이 필요하고, 전기를 쓰면 열이 생기며, 열을 빼려면 냉각설비가 필요하다. 통신설비, 수직 동선, 유지보수 공간, 장비 반입 동선도 필요하다. 결국 땅의 크기를 보는 것이 아니라, 이 크기 안에서 서로 다른 기능들이 충돌하지 않고 공존할 수 있는지를 봐야 한다.

3. 현장사진은 도면보다 먼저 현실을 말해줬다

자료 7~8페이지에는 대상지의 기존 건물과 주변 도로가 여러 각도에서 찍혀 있다. 사진 속 건물은 향후 데이터센터로 바뀔 건물이 아니라 철거 대상인 기존 건물이다. 데이터센터는 이 건물을 철거한 뒤 새로 신축하는 계획이다. 그래서 이 사진들은 완성될 데이터센터의 모습을 보여주는 자료가 아니라, 개발 전 대상지가 어떤 상태이고 주변 도로와 이웃 건물, 현장 여건이 어떤지를 확인하는 자료에 가깝다. 나는 이런 사진이 오히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개발은 완성된 조감도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현실을 정확히 파악하는 데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데이터센터 신축 검토 대상지의 기존 공장 건물과 진입도로
현장에 남아 있는 기존 건물은 철거 대상이다. 검토의 핵심은 기존 구조를 활용할 수 있는지가 아니라, 철거 후 이 부지에 데이터센터와 설비, 차량 동선을 어떻게 배치할 수 있는가에 있다.

사진을 보면 자연스럽게 질문이 생긴다. 철거와 신축 공사 과정에서 대형 장비는 어디로 들어올 것인가. 외부 설비는 어디에 놓을 것인가. 차량이 진입하고 돌아나갈 공간은 있는가. 기존 건물을 철거한 뒤 새 건물과 설비를 배치할 때 주변 도로와 인접 건물의 조건은 문제가 되지 않는가. 이런 질문은 책상 위에서만 나오지 않는다. 현장의 골목과 건물 사이를 보면 도면에서 놓치기 쉬운 문제가 보인다.

4. 지도를 넓혀보자 다섯 개의 이름이 나타났다

프로젝트 자료에는 대상지 주변의 데이터센터 개발 현황이 따로 정리돼 있다. 당시 조사자료에는 캄스퀘어 안산 IDC, 이지스자산운용 IDC, 액티스 안산 IDC, 신영·캐피탈랜드 IDC, 코람코 안산 IDC가 표시돼 있었다. 이 목록을 처음 보면 누구라도 ‘이 지역은 데이터센터가 되는 지역이구나’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주변에 데이터센터 프로젝트가 있다는 사실과 내 부지가 데이터센터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은 전혀 다르다. 필지마다 도로가 다르고, 건축 가능 규모가 다르고, 전력 조건이 다르고, 사업 시기도 다르다. 주변 사례는 허가증이 아니었다. 대신 ‘왜 이 회사들이 이 근처를 봤을까’라는 좋은 질문을 던져줬다.

5. 그리고 자료의 다음 페이지 제목이 바뀌었다

입지와 현장, 주변 IDC를 지나 9페이지에 도착하면 제목이 짧아진다. ‘Power Incoming’. 이 페이지에는 한국전력 관련 문서 이미지가 들어 있다. 프로젝트의 분위기가 이 지점에서 바뀐다. 앞부분이 ‘왜 이 부지를 볼 만한가’를 설명했다면, 여기서부터는 ‘정말 가능한가’를 증명하는 단계로 들어간다.

데이터센터는 전력을 소비하는 건물이다. 필요한 규모와 공급 시기를 확보하지 못하면, 도로가 좋고 주변에 데이터센터가 많아도 개발 논리는 멈춘다. 그래서 실제 프로젝트에서 전력은 ‘좋으면 좋은 조건’이 아니라 사업을 계속 볼 것인지 말 것인지를 가르는 조건이 된다.

6. 좋은 점을 찾는 일이 아니라 불가능한 이유를 지우는 일이었다

이 프로젝트를 돌아보면 데이터센터 후보지 검토는 장점을 하나씩 쌓는 작업이라기보다 탈락 사유를 하나씩 지우는 작업에 가까웠다. 산업지역인가. 도로는 버틸 수 있는가. 기존 건물을 철거한 뒤 이 부지에 데이터센터를 신축할 수 있는가. 주변에서 실제 개발이 움직이고 있는가. 전력은 별도로 확인할 수 있는가. 인허가와 건축계획은 성립하는가. 하나를 통과하면 다음 질문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래서 이 연재는 성공담으로 쓰지 않으려고 한다. 현재 자료가 보여주는 것은 최종 준공의 결과가 아니라 실제 개발 검토의 과정이다. 부동산에서 시작해 전력과 인허가, 건축계획으로 질문이 확장된 흔적이다. 그 과정 자체가 산업용 부동산을 보는 사람에게 더 쓸모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7. 이 프로젝트의 진짜 시작점

성곡동 803-2 프로젝트의 시작을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기존 공장 건물을 데이터센터로 바꾸는 일’이 아니다. 정확히는 기존 건물을 철거한 뒤 이 부지에 지하 1층·지상 6층 데이터센터를 신축할 수 있다는 가설을 세우고, 그 가설이 틀렸다는 증거가 있는지 하나씩 확인하기 시작한 과정에 가깝다.

다음 단계에서 내가 다시 봐야 했던 것은 대지 596평이라는 숫자였다. 이 숫자는 일반 부동산의 면적이 아니라 전력과 설비, 차량과 인허가가 들어가야 하는 제한된 그릇이었다. 데이터센터 부지를 처음 볼 때 공인중개사는 무엇부터 확인해야 하는가. 그 질문은 바로 여기서 시작된다.

데이터센터 후보지는 발견되는 것이 아니라, 질문을 통과하면서 만들어진다.

Sources /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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