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센터가 늘어나면서 전력과 함께 자주 등장하는 질문이 있습니다. 바로 물입니다. 대규모 데이터센터가 많은 양의 물을 소비한다는 이야기가 알려지면서 데이터센터가 들어서면 지역의 물 부족 문제가 심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옵니다.
하지만 모든 데이터센터가 같은 방식으로 물을 사용하는 것은 아닙니다. 냉각탑을 사용하는 시설과 공랭식 설비를 사용하는 시설, 폐쇄형 액체냉각을 적용한 시설은 물 사용 구조가 서로 다릅니다. 따라서 데이터센터의 물 문제는 건물 규모만으로 판단하기보다 어떤 냉각방식을 사용하는지를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데이터센터가 물을 얼마나 사용하는지는 '데이터센터인가'보다 '어떻게 냉각하는가'에 더 크게 좌우될 수 있습니다.
데이터센터에서 물은 어디에 사용될까
데이터센터에서 많은 양의 물이 사용될 수 있는 대표적인 영역은 냉각입니다. 서버에서 발생한 열을 냉수 계통으로 이동시키고 마지막 단계에서 냉각탑을 이용해 외부로 방출하는 시스템에서는 물의 증발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미국 에너지부는 냉각탑을 사용하는 전형적인 데이터센터에서 서버의 열이 공조설비와 냉수 계통, 응축수 계통을 거쳐 냉각탑으로 이동하고, 냉각탑의 증발 과정에서 최종적으로 열이 대기로 방출되는 구조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1]
냉각탑은 왜 물을 계속 보충해야 할까
증발식 냉각은 물이 증발하면서 열을 가져가는 원리를 이용합니다. 따라서 냉각탑에서 증발한 물은 시스템 안으로 되돌아오지 않으며 그만큼 새로운 물을 보충해야 합니다.
또한 냉각수 안의 미네랄과 불순물이 지나치게 농축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일부 물을 배출하고 새로운 물로 교체하는 과정도 필요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냉각탑을 사용하는 시설에서는 냉각효율뿐 아니라 물 관리 효율도 중요한 운영지표가 됩니다. [1]

WUE는 데이터센터의 물 효율을 보는 지표다
데이터센터의 물 사용 효율을 비교할 때 사용되는 대표적인 지표가 WUE, 즉 Water Usage Effectiveness입니다.
미국 에너지부는 WUE를 데이터센터의 연간 현장 물 사용량을 IT 장비의 연간 전력사용량으로 나눈 값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단위는 일반적으로 리터/kWh이며, 같은 IT 작업을 처리하면서 얼마나 많은 현장 물을 사용하는지 비교하는 데 활용할 수 있습니다. [1]
전력효율에 PUE가 있다면 물 사용 효율을 보는 대표적인 지표가 WUE입니다.
그러면 데이터센터는 실제로 물을 많이 쓰는 시설일까
냉각탑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대규모 데이터센터라면 상당한 양의 물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반면 외기를 활용하거나 공랭식 냉각을 적용하고 증발식 냉각의 사용시간을 줄이면 현장 물 소비를 크게 낮출 수 있습니다.
Lawrence Berkeley National Laboratory의 미국 데이터센터 분석도 데이터센터의 현장 물 사용량을 하나의 고정값으로 계산하지 않습니다. 냉각 시스템 종류, 외부 기온, 데이터센터 유형과 운영조건 등에 따라 WUE가 달라지는 방식으로 모델링합니다. [2]
따라서 '20MW 데이터센터는 하루에 물을 얼마 쓴다'는 식으로 전력용량만 가지고 물 사용량을 단정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같은 전력 규모라도 냉각방식과 지역 기후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날씨도 물 사용량을 바꾼다
외부 기온과 습도는 데이터센터 냉각방식에 직접적인 영향을 줍니다. 서늘한 시기에는 외기를 활용하거나 증발식 냉각을 줄일 수 있지만 기온이 높은 기간에는 추가적인 냉각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Microsoft는 자사의 일부 데이터센터에서 외기를 중심으로 냉각하고 높은 외기온도에서만 물을 보조적으로 사용하는 방식으로 물 소비를 줄여왔다고 설명합니다. 2025년 기준 자사 운영시설의 기후 조건에 따라 냉각용 물이 필요한 기간도 크게 달라진다고 공개하고 있습니다. [3]
물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 데이터센터도 가능하다
최근에는 냉각용 물의 증발 자체를 없애려는 데이터센터 설계도 등장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방법 가운데 하나가 서버 칩에서 발생하는 열을 폐쇄형 액체 순환계통으로 직접 제거하는 방식입니다.
Microsoft는 2024년부터 도입한 새로운 AI 데이터센터 설계에서 폐쇄형 direct-to-chip 냉각수를 반복 순환시켜 운영 중 냉각을 위한 물 증발을 없애는 구조를 적용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방식에서도 화장실이나 일반 관리용 물까지 없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냉각을 위한 지속적인 신규 급수를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4]
액체냉각이라는 말이 반드시 '물을 많이 소비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물을 폐쇄회로에서 반복 순환시키는 방식도 있기 때문입니다.
물을 줄이면 전력 사용이 늘어날 수도 있다
물 사용량을 줄이는 방식이 항상 모든 면에서 유리한 것은 아닙니다. 증발식 냉각은 물을 사용하지만 특정 조건에서는 비교적 적은 전력으로 열을 제거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반대로 물 증발을 사용하지 않는 기계식 냉각은 외부 온도와 설계에 따라 더 많은 전력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Microsoft 역시 증발식 시스템을 기계식 냉각으로 대체하면 전력사용효율 측면에서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4]
그래서 물과 전력은 함께 봐야 한다
데이터센터 냉각에서는 물과 전력 사이에 선택과 균형의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물을 적게 사용하는 시스템이 전력은 더 사용할 수 있고, 물을 이용해 효율적으로 열을 제거하는 시스템은 현장 물 사용량이 커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부지와 냉각방식을 평가할 때는 물 사용량 하나만 최소화하는 것보다 해당 지역의 전력 조건, 물 공급 여건, 기후와 설비 효율을 함께 비교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현장에서 사용하는 물과 발전 과정의 물은 구분해야 한다
데이터센터의 물 사용을 분석할 때는 건물에서 직접 사용하는 물과 데이터센터가 소비하는 전력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간접적으로 사용되는 물을 구분할 필요가 있습니다.
Berkeley Lab의 분석에서도 데이터센터 현장에서 냉각 등에 사용하는 직접 물 소비와 전력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간접적인 물 소비를 별도로 구분합니다. 따라서 '데이터센터의 물 발자국'과 '현장에서 수도를 얼마나 사용하는가'는 같은 질문이 아닙니다. [2]
상수도만 사용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냉각에 물이 필요한 경우에도 반드시 음용 가능한 상수도만 사용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지역 여건과 수질, 냉각설비의 요구조건에 따라 재이용수나 다른 대체 수원을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습니다.
Microsoft는 여러 지역 데이터센터에서 재생수와 재활용수 같은 대체 수원을 확대해왔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결국 부지 검토에서는 필요한 물의 양뿐 아니라 어떤 품질의 물을 어떤 수원에서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는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4]
물 부족 지역에서는 같은 사용량도 의미가 달라진다
동일한 양의 물을 사용하는 시설이라도 수자원이 풍부한 지역과 물 스트레스가 높은 지역에서의 영향은 같지 않습니다.
따라서 데이터센터 부지를 평가할 때 단순히 하루 또는 연간 물 사용량만 계산하는 것보다 지역의 급수 여력, 가뭄과 물 부족 가능성, 다른 산업과 주민의 수요까지 함께 살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대규모 데이터센터에서는 급수 인프라도 확인해야 한다
증발식 냉각 등 물을 지속적으로 사용하는 방식을 계획한다면 필요한 급수량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부지 근처에 수도관이 있다는 것만으로 충분하다고 판단해서는 안 됩니다.
필요한 순간 최대 급수량, 배관 용량, 추가 인입공사 필요 여부, 수질과 비용, 재이용수 공급 가능성 등을 냉각설계와 함께 검토해야 합니다.
배출되는 물도 함께 생각해야 한다
냉각탑에서는 순환수의 불순물 농도가 높아지는 것을 관리하기 위해 일부 냉각수를 배출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물을 얼마나 공급받을 수 있는지만큼 사용 후 발생하는 배출수의 처리조건도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DOE의 냉각탑 관리 지침 역시 증발뿐 아니라 드리프트와 블로다운 등 여러 경로로 물이 냉각탑 시스템에서 빠져나갈 수 있음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1]
AI 데이터센터라고 무조건 물을 더 많이 쓰는 것도 아니다
AI 서버는 높은 전력밀도와 열밀도로 인해 냉각 요구가 커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반드시 같은 비율로 현장 물 사용량 증가를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고밀도 서버를 액체냉각으로 처리하면서 폐쇄형 시스템을 적용하거나, 다른 열 제거 방식을 사용하면 냉각용 물 소비를 낮추는 설계도 가능합니다. 결국 AI라는 용도 자체보다 실제 서버 구성과 냉각기술이 물 소비를 결정하는 중요한 변수입니다. [2][4]
후보지에서 물을 볼 때 확인할 질문
- 계획하고 있는 냉각방식은 무엇인가
- 냉각탑이나 증발식 냉각을 사용할 것인가
- 예상 WUE는 어느 정도인가
- 연간 평균뿐 아니라 최대 급수량은 얼마나 필요한가
- 기존 수도 인프라가 필요한 급수량을 감당할 수 있는가
- 재이용수나 대체 수원을 이용할 수 있는가
- 지역의 물 부족과 가뭄 위험은 어느 정도인가
- 냉각수 배출과 처리에 필요한 조건은 무엇인가
- 향후 서버와 냉각설비 증설 시 물 수요도 증가하는가
부동산 현장에서는 무엇을 확인할 수 있을까
현장에서는 상수도와 산업용수 인프라, 주변 하천과 수처리시설, 토지의 배수 조건과 주변 산업시설 등을 초기 조사할 수 있습니다. 이런 정보는 후보지 가운데 추가 검토가 필요한 곳을 가려내는 데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실제 공급 가능한 급수량과 수압, 재이용수 공급 가능성, 냉각에 필요한 수질은 현장 조사만으로 확정할 수 없습니다. 데이터센터의 냉각계획과 예상 물 사용량을 기준으로 수도사업자와 관계기관, 설계 전문가의 확인이 필요합니다.
결국 질문은 '물을 많이 쓰는가'가 아니다
데이터센터의 물 사용을 하나의 숫자로 설명하기 어려운 이유는 냉각기술과 기후, 서버 밀도, 운영방식과 사용할 수 있는 수원이 서로 다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데이터센터 부지를 볼 때는 '이 시설이 물을 많이 쓰는가'라고 묻기보다 '어떤 냉각방식을 사용하며, 그 방식에 필요한 물을 이 지역에서 지속가능하게 확보할 수 있는가'라고 묻는 편이 더 정확합니다.
데이터센터의 물 문제는 사용량 하나가 아니라 냉각 기술과 지역 수자원의 조합으로 판단해야 합니다.
데이터센터가 많은 물을 사용할 수 있다는 말에는 분명 근거가 있습니다. 특히 증발식 냉각을 대규모로 사용하는 시설에서는 지속적인 보충수가 필요합니다. 그러나 모든 데이터센터가 같은 양의 물을 사용하는 것은 아니며, 설계에 따라 냉각용 물 소비를 크게 줄이거나 운영 중 증발수를 사실상 없애는 것도 가능해지고 있습니다.
결국 데이터센터 부지에서 물은 전력이나 통신처럼 '있다·없다'로 끝나는 조건이 아닙니다. 필요한 양, 수원, 냉각방식, 지역의 물 여건과 장기적인 증설 계획을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