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필먼트 센터가 온라인 주문을 빠르게 처리할 수 있게 되자 다음 경쟁은 자연스럽게 창고 밖으로 이동했습니다. 주문한 상품을 얼마나 빨리 고객의 문앞까지 보낼 수 있는가가 새로운 물류 경쟁력이 되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 변화는 단순히 택배기사가 더 빨리 움직인다는 뜻이 아니었습니다. 당일배송을 가능하게 하려면 재고의 위치, 물류센터의 입지, 주문 마감시간, 피킹과 포장, 차량 배차, 배송 경로, 도심의 교통상황까지 하나의 시간표처럼 연결돼야 했습니다.
속도의 시대에는 배송 시간이 물류 결과가 아니라, 물류망을 처음부터 설계하는 기준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2010년대 중반, '내일 배송' 다음 경쟁이 시작됐다
2014년 McKinsey는 전자상거래의 성장과 함께 당일배송을 B2C 택배의 다음 진화 단계로 분석했습니다. 당시 보고서는 선진국의 전자상거래 배송에서 익일 또는 이틀 배송이 일반적인 기준으로 자리 잡고 있었고, 이후 경쟁의 한 축이 더 빠른 당일배송으로 이동할 가능성을 설명했습니다. [1]
실제 기업들도 같은 시기에 실험을 시작했습니다. Amazon은 2014년 12월 Manhattan에서 Prime Now를 시작해 수만 개 생활용품을 한 시간 안에 배송하는 서비스를 내놓았고, 2015년에는 지역을 확대했습니다. Amazon은 이후 Prime 고객을 위한 Same-Day Delivery를 2015년에 도입했다고 설명합니다. [2][3]
이 사례가 보여준 것은 단순한 서비스 경쟁 이상이었습니다. 고객에게 몇 시간 안에 배송하려면 상품이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중앙창고에 있어서는 곤란합니다. 빠른 배송 경쟁은 재고를 고객 가까이에 배치하는 문제로 이어졌습니다.

라스트마일은 왜 그렇게 어려운가
라스트마일(last mile)은 지역 물류거점이나 배송센터에서 고객의 집이나 사업장 같은 최종 목적지까지 이어지는 마지막 배송 구간을 뜻합니다. DHL은 이 구간이 장거리 운송과 달리 여러 목적지를 개별적으로 방문해야 하고 교통, 날씨, 주소, 수취 상황 등 다양한 변수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복잡하다고 설명합니다. [4][5]
장거리 운송에서는 한 차량이 많은 화물을 같은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라스트마일에서는 한 차량이 수십 개의 서로 다른 주소를 찾아가야 합니다. 아파트 단지와 단독주택, 오피스, 좁은 골목, 주차 문제, 부재중 배송까지 모두 운영 변수가 됩니다.
그래서 마지막 몇 킬로미터는 짧아 보여도 물류 전체에서 가장 세밀한 운영이 필요한 구간 가운데 하나가 됩니다. 배송 속도를 높이려면 센터 안에서 몇 분을 줄이는 것뿐 아니라 이 마지막 구간의 동선과 밀도를 함께 개선해야 합니다.

당일배송은 재고의 위치를 바꿨다
당일배송은 '재고가 있는가'보다 '재고가 고객과 얼마나 가까운 곳에 있는가'를 중요하게 만들었습니다. 멀리 떨어진 대형센터 한 곳에 모든 상품을 모아두면 보관 효율은 좋을 수 있지만, 주문 후 몇 시간 안에 고객에게 보내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속도가 중요한 상품은 수요가 많은 지역 가까이에 미리 배치하는 전략이 중요해졌습니다. Amazon은 현재 Same Day Fulfillment Center(SSD)라는 더 작은 형태의 거점을 운영하면서, 인기 SKU를 고객 가까이에 두고 당일배송을 처리하는 구조를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6]
이 변화는 물류부동산에도 영향을 줍니다. 과거에는 넓고 저렴한 토지가 중요한 조건이었다면, 빠른 배송에서는 소비지 접근성과 도로 연결, 주문 밀도, 배송권역까지 함께 고려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대형 물류센터만으로는 속도를 만들기 어렵다
속도의 시대에는 하나의 거대한 중앙센터만으로 모든 주문을 처리하기보다, 대형 풀필먼트 센터와 지역 거점, 배송센터, 경우에 따라 더 작은 도심형 거점을 연결하는 네트워크가 중요해졌습니다.
World Economic Forum은 도시 배송 수요가 증가하면서 도시 물류가 혼잡, 배출, 안전 같은 문제와 직접 연결되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따라서 빠른 배송은 단순히 물류기업 내부의 효율 문제를 넘어 도시 인프라와 정책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7]
고객 가까이에 작은 거점을 많이 두면 배송거리는 짧아질 수 있지만, 재고가 여러 곳으로 분산되고 시설 운영비가 늘어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대형센터 몇 곳으로 통합하면 운영은 단순해지지만 빠른 배송이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속도는 결국 재고와 거점의 균형 문제가 됩니다.
배송 속도는 결국 '시간을 어디에서 줄일 것인가'의 문제다
당일배송은 한 공정을 극단적으로 빠르게 만든다고 완성되지 않습니다. 주문 접수부터 피킹, 포장, 분류, 상차, 간선 이동, 지역 배송까지 모든 단계에서 조금씩 시간을 줄여야 합니다.
- 재고 배치: 주문 가능성이 높은 상품을 수요 가까이에 둠
- 주문 처리: 주문이 들어오면 즉시 피킹·포장 작업으로 연결
- 분류: 배송지역과 출발시간에 맞춰 빠르게 나눔
- 배차: 물량과 지역에 맞춰 차량과 배송인력을 배정
- 경로: 여러 목적지를 효율적으로 방문하도록 순서를 최적화
- 배송: 고객이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 정확하게 전달
결국 배송속도는 창고 하나의 능력이 아니라, 재고·시설·차량·정보시스템·배송인력이 동시에 맞물려 움직이는 네트워크 성능에 가깝습니다.

빠르기만 하면 좋은 배송일까
속도 경쟁이 커졌지만 물류의 목표가 무조건 '가장 빠른 배송'인 것은 아닙니다. 고객이 약속한 시간에 정확하게 받을 수 있는 신뢰성, 배송비, 반품 편의성, 환경 부담도 함께 중요합니다.
McKinsey는 2023년 분석에서 당일배송이 여전히 중요한 서비스지만, 고객에게는 속도뿐 아니라 신뢰성과 다양한 배송 옵션도 중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즉 속도의 시대가 성숙할수록 경쟁 기준은 단순한 '몇 시간'에서 빠르면서도 예측 가능한 배송으로 넓어지고 있습니다. [8]
라스트마일이 도시 문제와 만나는 이유
도시에서 빠른 배송이 늘어나면 배송 차량과 오토바이, 소형 상용차의 이동도 함께 늘어날 수 있습니다. 배송차량의 정차 공간, 교통혼잡, 안전, 배출가스 문제는 도시생활과 직접 연결됩니다.
World Economic Forum은 도시 라스트마일 문제를 해결하려면 물류기업뿐 아니라 소매업체, 도시정부, 인프라 사업자 등 여러 이해관계자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합니다. 공동 배송거점, 픽업포인트, 저배출 차량, 배송시간 조정 같은 방식이 논의되는 이유입니다. [7]

속도의 시대가 남긴 변화
- 배송시간이 물류 서비스의 핵심 경쟁지표가 됨
- 재고를 소비지 가까이에 배치하는 전략이 중요해짐
- 대형센터와 지역·도심 거점을 연결하는 네트워크가 확대됨
- 라스트마일 경로와 배송밀도 최적화가 중요해짐
- 물류센터 입지 판단에 소비지 접근성과 배송권역이 더 중요해짐
- 빠른 배송과 비용·신뢰성·도시환경 사이의 균형이 새로운 과제가 됨
속도 경쟁 다음에는 무엇이 왔을까
컨테이너가 세계를 연결했고, 바코드가 정보를 연결했으며, SCM이 공급망 전체를 연결했다면, 속도의 시대는 그 연결망 전체에 시간이라는 기준을 넣었습니다.
배송시간을 계속 줄이려면 사람이 더 빨리 걷고 차량이 더 빨리 달리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주문량과 재고, 피킹 순서, 자동화 설비, 배송경로를 더 정교하게 계산하고 실행해야 합니다.
그래서 속도의 시대는 자연스럽게 다음 단계로 이어집니다. 바로 물류센터 안에 로봇과 자동화, AI가 더 깊게 들어오는 지능형 물류의 시대입니다.
다음 편 — 로봇과 AI가 물류센터에 들어오다
SPECIAL 07에서는 WMS/WCS, 자동화설비, AMR, 피킹 로봇과 AI 기반 최적화가 물류센터를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 살펴봅니다. 물류는 이제 빠르게 움직이는 네트워크를 넘어, 데이터를 바탕으로 스스로 더 효율적으로 움직이는 시스템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FAQ
라스트마일은 정확히 어디를 말하나요?
지역 배송거점이나 물류센터에서 고객의 집이나 사업장 같은 최종 목적지까지 이어지는 마지막 배송 구간을 뜻합니다. 실제 거리가 반드시 1마일인 것은 아닙니다. [4][5]
당일배송은 왜 물류센터 입지를 바꾸나요?
주문 후 몇 시간 안에 배송하려면 상품이 소비지와 지나치게 멀리 떨어져 있어서는 안 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배송속도가 중요할수록 물류센터와 지역 거점의 소비지 접근성, 도로망, 배송권역이 중요한 입지요인이 됩니다.
도심에 작은 물류거점을 많이 만들면 무조건 좋은가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배송거리는 줄일 수 있지만 시설비와 운영비가 늘고 재고가 여러 거점으로 분산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상품 수요와 주문밀도, 서비스 수준을 고려해 대형센터와 지역거점을 조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배송은 빠를수록 항상 좋은가요?
속도는 중요한 경쟁요소지만 비용과 신뢰성, 선택 가능한 배송시간, 환경 부담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최근의 배송 경쟁은 단순한 최고속도보다 빠르고 예측 가능한 서비스로 넓어지는 흐름을 보입니다. [8]
왜 이 시기를 '속도의 시대'라고 부르나요?
PLUS INSIGHT의 편집 프레임입니다. 2010년대 중반 이후 전자상거래 배송에서 당일·초고속 배송 경쟁이 확대되면서 재고 위치, 물류센터 입지, 라스트마일과 배송 네트워크 전체가 '시간'을 중심으로 다시 설계되는 특징을 설명하기 위한 이름입니다.



